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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소식

GDP는 3.7% 성장, GDI는 15.6% 증가

by marsol 2026.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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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하순,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됐다. 전기 대비 0.6퍼센트. 한국은행이 5월에 내놨던 전망치 0.2퍼센트의 세 배였다. 기사 제목에는 대체로 '깜짝 성장'이라는 말이 붙었다.

 

그런데 같은 발표문 안에 훨씬 이상한 숫자가 하나 더 있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 GDP는 3.7퍼센트 늘었는데, GDI는 15.6퍼센트 늘었다는 것이다. 네 배가 넘는다. 생산은 3.7퍼센트 늘었는데 소득은 15.6퍼센트가 늘었다니, 처음 봤을 때는 오타인가 싶었다. 이 숫자를 이해하려면 교역조건이라는 단어를 하나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단어를 알고 나면, 요즘 한국 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성장률 뉴스에서 늘 빠지는 지표, GDI

우리가 매 분기 듣는 경제성장률은 실질 GDP, 국내총생산이다. 이 나라 안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얼마나 더 많이 만들어냈는가를 잰다. 만든 양의 문제다.

 

실질 GDI, 국내총소득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을 더한 값이다. 만든 양이 아니라 그 만든 것으로 실제 얼마나 살 수 있게 됐는가를 잰다. 구매력의 문제다.

보통은 이 둘이 비슷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뉴스에도 잘 안 나온다. 두 숫자가 크게 벌어질 때가 문제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다.

교역조건이라는 말의 뜻

교역조건은 수출 물가를 수입 물가로 나눈 값이다. 정의만 보면 딱딱한데, 뜻은 간단하다. 우리가 수출한 물건 한 단위로 수입품을 얼마나 사올 수 있는가.

 

반도체 한 상자를 팔아 원유 열 통을 사왔다고 하자. 반도체 값이 오르면 같은 한 상자로 열두 통을 사올 수 있다. 반대로 원유 값이 내려도 결과는 같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더 부유해졌다. 그런데 이 부유해짐은 GDP에 잡히지 않는다. 생산량은 그대로 한 상자니까. 이 차이를 잡아내라고 만든 지표가 GDI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확히 이것이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같은 양을 팔고도 훨씬 많은 것을 사올 수 있게 됐다. 생산은 3.7퍼센트 늘었는데 소득이 15.6퍼센트 늘어난 이유다.

1960년 이래, 그리고 38년 만에

숫자의 크기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2분기 실질 GDI 증가율 15.6퍼센트는 전년 동기 기준으로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만의 최고치다. 1분기는 더 극적이었다. GDP가 3.8퍼센트 성장하는 동안 GDI는 13.2퍼센트 늘었고, 두 지표의 격차는 9.4퍼센트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건 1960년 국민계정 통계 편제가 시작된 이래 최대다.

 

기록을 두 개나 갈아치운 셈인데, 정작 이 사실을 다룬 기사는 성장률 기사에 비하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가지수가 신고가를 쓰면 종일 속보가 뜨는데 말이다.

한국은행이 "이번은 다르다"고 말한 이유

한국은행이 7월에 내놓은 이슈노트의 제목이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였다. 굳이 이런 제목을 붙였다는 건, 교역조건 개선 자체는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2009년, 2015~2016년, 2020년에도 교역조건은 좋아졌다. 다만 그때는 원인이 반대편이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 가격이 떨어져서 생긴 개선이었다. 싸게 사왔기 때문에 생긴 이득이다.

 

한국은행의 진단은 이렇다. 수입 가격 하락으로 생긴 소득 증가는 사람들이 일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유가는 내렸다가 언제든 다시 오르니까. 그래서 소비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반도체의 구조적 수요가 수출 가격을 끌어올리며 교역조건을 개선하고 있다. 비싸게 팔아서 생긴 이득이고, 사람들이 이걸 지속될 소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수출 가격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주도한 시기에는 소비가 유의하게 늘고 투자는 시차 없이 따라왔다고 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사국 관계자는 기업들의 임금·단체협약이 시행되는 내년쯤 임금 상승을 통해 소득 여건이 개선되고 내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늘어난 국가 소득이 임금이라는 경로를 거쳐 가계로 흘러드는 데 걸리는 시간, 그게 대략 1년이라는 이야기다.

체감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대부분의 독자가 품을 의문을 나도 품었다. 나라 소득이 38년 만에 최고로 늘었다는데 왜 아무런 느낌이 없을까.

같은 2분기 통계 안에 답이 흩어져 있다. 제조업은 1.2퍼센트 성장했고, 그중에서도 컴퓨터와 전자·광학기기, 기계·장비가 끌었다.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3.3퍼센트 급증했다. 반면 건설업은 1.9퍼센트 뒷걸음쳤고 농림어업은 7.1퍼센트 급감했다. 민간소비는 0.4퍼센트 늘었다. 나쁘지 않지만, GDI가 3.6퍼센트 늘어난 것에 비하면 조용한 숫자다.

 

한국은행 스스로도 이 편중을 짚었다. 반도체 호조의 성과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돼 있다는 것,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내 투자로 덜 돌아온다는 것,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확대가 국내 고용 효과를 제약한다는 것. 늘어난 자금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면 금융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붙었다.

 

세수 쪽도 양면이다. IT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증권거래세가 늘고, 명목 GDP가 커지면서 국가와 가계의 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반도체 업황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재정의 변동성도 함께 커진다.

네덜란드병이라는 오래된 단어

한국은행 보고서가 생산요소와 정책자원이 반도체 분야로 과도하게 쏠릴 경우 다른 핵심 산업의 성장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한 대목을 두고, 일부 매체는 네덜란드병을 떠올렸다.

 

1960년대 네덜란드에서 대규모 천연가스가 발견됐다. 가스를 팔아 돈이 쏟아져 들어왔고 통화 가치가 올랐다. 그러자 제조업 수출이 경쟁력을 잃었다. 축복이 산업 기반을 갉아먹은 사례로 교과서에 남았다.

 

반도체를 천연가스에 그대로 대응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 가스는 캐는 것이고 반도체는 만드는 것이니까. 다만 한 품목의 가격 상승이 나라 전체 소득을 좌우하고, 그 성과가 특정 산업과 계층에 몰리는 구조라면 걱정의 결은 비슷해진다.

 

주식 시황은 매일 바뀌기 때문에 매일 기사가 된다. 교역조건은 분기에 한 번 발표되고 발표돼도 조용히 지나간다. 그런데 지난 두 분기 동안 한국 경제에서 실제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아마 이쪽일 것이다. 기록을 두 개나 세운 숫자였으니까.

 

이 소득이 어디로 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금으로 흘러가 내수를 데울 수도 있고, 자산 시장으로 몰려 다른 종류의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성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반복해 말한 건 그런 뜻일 것이다. 벌어들인 것 자체가 아니라 그다음에 무엇을 하느냐가 남는다는 것.

 

반도체 가격은 언젠가 내려간다. 그때 우리 손에 무엇이 남아 있을지가 지금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다음 분기 GDI 숫자를 나는 성장률보다 먼저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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